작가와의 관계에 대한 페스트북의 생각

페스트북 에디터들의 책상 앞에는 종이가 한 장씩 붙어 있습니다.

종이에는 군더더기 없는 10개의 목록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페스트북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성명서입니다. 이 10개의 가치는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모든 구성원이 합의한 약속입니다.

성명서를 이렇게 활용할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페스트북이 누구인지 조심스럽게 소개하고자 하는 이 글에는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 봅니다.

Festbook Value 작가를 위해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조직

  1. 우리는 크리에이터다. 끊임없이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우리가 남들과 다르게 사는 이유이고 방법이다. 
  2. 우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변화를 선물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3. 우리는 일과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4. 우리는 자신과 주변에 유쾌하고 긍정적인 영감을 창조한다.
  5. 우리는 다소 지나칠 만큼 소통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6. 우리는 예술과 인문학을 사랑하고 이야기하고 읽고 쓴다.
  7.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해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8. 우리는 칼퇴근을 하기 위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9. 우리는 서로 동료 작가로써 더 나은 영향력을 가지도록 밀어주고 끌어준다.
  10.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경쾌한 속도와 리듬을 잃지 않는다. 

페스트북의 에디터들은 작가입니다. 한 사람 당 평균 3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글을 쓰고 있으며, 평생 글을 쓸 각오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다른 일도 하지만 책도 쓰는 게 아니라, 글쓰기에 인생을 건 사람들입니다. 오죽하면 “그것이 우리가 남들과 다르게 사는 이유이고 방법이다“라고 말했을까요.

작가와의 관계 – 동전의 양면

페스트북의 에디터들은 모두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작가님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출판을 왜 하려고 하는지,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난관이 무엇인지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독립출판, 개인출판, 자비출판 업체들 대신에 작가들이 페스트북을 선택한 이유 말입니다.

계약이 완료되면 편집부에서는 작품에 대해 회의를 합니다. “이 작가님은 이런 분이더라.” “이 작품은 이렇더라.” “이렇게 하면 정말 멋지겠다.” “이건 아쉬우니까 조언을 해드리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아, 작가님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느날 귀가 몹시 가려우셨다면, 네 – 아마도 페스트북의 작가 에디터들입니다.

정서적 유대

작가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는 작가님의 원고를 만지는 순간부터 rapport (라포, 정서적 공감대)를 느낍니다. 이는 페스트북의 가치관 2번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변화를 선물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이 출판으로 인해 작가님의 인생이 더 나은 국면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를 저희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디자인을 컨펌해주실 때가 되었는데 연락이 오래 안 되면 걱정을 합니다. 암수술을 앞두고 미리 당부를 한 작가님들도 계셨거니와…

아시지 않습니까 – 그 사람의 원고를 보고 나면 누구보다 깊이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설레발치지 않습니다. 출판이 되고, 홍보를 하고, 정산이 시작되면 작가님과의 뜨거웠던 관계도 소원해집니다. 그러면 또 이별하듯이 보내드리지요. 그 사이 새로운 작가님들과의 인연이 시작되니까요. 그렇게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가운데에서, 페스트북의 작가 에디터들은 인생을 배우고 한편으로 콘텐츠 전문가로써 노하우도 섭렵해 갑니다.

이런 생각이 저희만의 착각은 아닙니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수많은 후기들은 저희가 요청해서 받은 문장이 아니라, 실제 문자나 이메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니까요.

증거를 대라면 물질로도 있습니다. 사무실의 커피 머신은 미국에서 이일호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겁니다. 한승숙 작가님은 사과즙을 한 박스 보내주셨어요. 문구현 작가님은 손수 농사지은 단호박 주스를 보내주셨습니다. 정효준 작가님은 최고급 차 세트를 선물해주셨구요, 한 여름에 치맥으로 노고를 달래주고 싶다며 팁을 보내준 이동환 작가님을 비롯해, 샐 수 없이 많은 팁도 받았습니다.

저희끼리는 무슨 뉴스가 나오면 이런 대화가 일상입니다.

“아, OOO 작가님 생각 나네요. 잘 계실까.”

민감한 에디터의 마음으로

작가와 예술가란 내면을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작가님들을 저희가 존경하는 이유입니다. 또 묘한 공동체 의식도 느낍니다. 저희 역시 그런 사람이니까요.

작가는 글이 갖는 힘을 믿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그렇게 믿습니다.

작가 중에는 출판이나 마케팅을 의뢰하면서 말과 글을 조심하지 않고 함부로 사용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편집장) 의뢰 문의를 수 천 통을 받습니다. 가끔은 전화도 합니다. 프로 패키지나 마스터 패키지 작가님들은 제가 직접 출판 과정을 지휘하니까요. 그런데 그중에는 고약한 문장이나 언어를 구사하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다짜고짜 “그래서 얼마요”라고 가판대에서 물건 사듯이 대해서 할말을 잃게 만들거나 (“이번에 깎아주면 다음에 2권 출판할 거니까…”), 안내드린 절차를 아예 무시하고 작업이 완성된 원고를 뒤엎으시거나, 때로는 자신의 요구대로 해달라고 터무니 없는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낸 이메일의 모든 문장에서 꼬투리를 잡아서 저를 괴롭혀야만 직성이 풀리는 분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 불쾌하다며 쏟아내듯이 말씀하신 분도 계시구요.

저희는 그런 작가님들에게 말합니다. 출판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인데, 그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해드릴 수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회사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보통 회사원들과는 다른 “페스트북 10계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저희를 존중하지 않으면 저희도 발끈합니다.

그렇게 해서 중간에 계약을 해지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3번 있었고, 2건은 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1건은 작가님께서 잘못을 인정하셔서 없던 일로 하고 최선을 다해 출판을 완성시켜드렸습니다. 하지만 좋은 마케팅, 홍보 기회가 와도 도와드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페스트북은 교보문고의 “화제의 출판사”로 선정되어있기 때문에, 종종 추천 책을 접수받아 홈페이지에 노출시켜 줍니다.) 그 기회는 편집부 논의를 통해 ‘가장 돕고 싶은 작가님’께 오롯이 돌아갑니다.

민감한 에디터의 마음으로 작가님들의 원고를 세심하게 보살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뭐랄까요, 삐지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걸고 계신가요? 저희에게도 예의를 지켜주세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저희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면 그런 작가님께는 진정한 변화를 선물할 수 없고, 그것은 저희의 10계명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변화를 선물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그런데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저희는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출판사가 아닙니다. 무심하게 로보트처럼 일하기보다는, 한땀한땀, 천천히 그러나 창조적으로 일하려는 에디터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저희는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게다가 그 감정이 아주 풍부한 작가 출신 에디터들입니다.

이런 저희와 일하고 싶으시다면 환영합니다. 작가님을 원고 뭉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작품으로 보고 일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나 페스트북이 작가님께서 찾는 회사가 아니라면, 이것 역시 저희와 작가님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는 본인의 입맛과 필요에 맞는 다른 전문가를 찾을 수 있고, 페스트북은 저희가 진짜 도와드려야 할 작가님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스트북의 가치 중 하나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변화를 선물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입니다. 저희는 진심으로 합니다. 이 진심이 어떤 작가님께는 고스란이 전해져서 감동합니다. 또 어떤 분께는 잘 전달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저희는 작가님과의 인연을 통해, 저희와 작가님께 멋진 변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 변화를 선물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 할 것입니다.

페스트북 마 편집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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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작가와의 관계에 대한 페스트북의 생각”

  1. […] 작가들이 모인 출판사로써, 인간적이고 작지만 한땀한땀 작가님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모든 에너지를 작가님의 작품에 쏟기 위해 페스트북은 계약까지 […]

  2. zoahaza.blog: 조아하자 Avatar

    사실을 말하자면 저도 출판을 한 나름 작가입니다. 아무도 저에게는 책을 써주지 않겠다 해서 제 돈 들여서 출판했는데요… 제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저는 실패한 작가가 되었어요. 그리고는 제 인생에 출판으로 인해 아무런 시너지효과도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1. Festbook Inc Avatar

      안녕하세요 편집장입니다. 진솔한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출간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제가 알 수 없지만 원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셨나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과 팔리는 작품이 늘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작품을 한 개를 팔았다고 하더군요.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살아 생전에 책을 거의 팔지 못해서, 자비출판 한 책을 모두 집에 쌓아두었다고 스스로를 놀리기도 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제 인생 책 중 하나이지만, 책 후기를 보면 다른 독자의 평점이 꽤 낮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은 모두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 “실패한 작가가 되었다”는 말씀에 선뜻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 아무런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직은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흐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은 스스로 ‘실패했다’고 평가한 것과 상관 없이 인류의 등불이 되고 있으니까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작가님의 출판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기회를 불러올 거라고 저는 진심으로 믿습니다. 나태주 시인도 평생 200여 권의 책을 내고서야 노년에 빛을 보고 있습니다. 저희 편집부 에디터들 역시 평균 3권의 책을 출판한 작가들이지만, 판매량으로 보면 보잘 것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먼 길을 향해 꾸준히 걷다 면 좋은 날도 오리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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